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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현.png

* 드림주와 김수겸은 친구관계라는 설정입니다.

 

 

 

   둔탁한 소리가 내려 쳐지는 소리가 일정하게 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농구 골대만 바라보는 한 사람과 그 한 사람을 지켜보는 또 한 사람. 그 밖에선 아이들이 농구공을 바닥에 튕기는 사람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본다. 중간중간 구름이 꼈지만 푸른 하늘 아래 햇볕을 그대로 받아 땀에 의해 더 반짝이는 얼굴에 흰 티와 운동복 반바지가 잘 어울려서 인지 아니면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실력 덕분인지 바라보는 시선을 받아들이며 농구공을 든 손이 위로 향한다. 손에서 떠난 공이 유연한 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본인보다 저를 향한 아이들의 환호가 더 크게 들린다. 어느새 아이들 옆으로 다가온 또 한 사람은 문을 열어준다.

 

   “들어와서 구경할래?”

 

   아이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우르르 안으로 들어와 그가 앉은 벤치에 앉았고 그는 아이들이 행동에 웃으며 앉을 자리가 없어 벤치 옆에 서있기로 한다. 한 명이라도 상대해 주면 더 그의 실력이 보일 텐데도 아이들은 그의 행동마다 반응을 한다. 역시 내 친구가 멋있지. 속으로 생각하는 그는 팔짱을 낀 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개인 훈련이 끝이 나고 김수겸은 흐르는 땀을 티로 닦아내려다 제게 내밀어진 수건과 물을 챙긴다. 아이들은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다 그중 한 아이가 입을 연다.

 

   “둘이 사귀어요?”

   “아니. 친구야.”

   “그렇구나.”

 

   아이의 대답에 수겸이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불어오는 바람이 눈가를 간지럽히자 그가 손등으로 살짝 눈가를 문지른 뒤 고맙다며 수겸이 내미는 수건을 받아든다. 물은 마저 마신 뒤 다 비워놓고 납작하게 구겨 재활용 쓰레기통 안으로 넣는 수겸의 행동에 던져 넣을 거라 생각했는지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려서 그런 거겠지.

 

   “쓰레기는 던져서 버리는 게 아니라 저렇게”

   “얘들아 어딨니?”

   “엄마다. 얘들아 가자!”

   “그래! 언니 안녕!”

   “형, 누나 안녕!”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아이들은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자 인사를 한 뒤 코트 밖으로 우르르 나간다. 그런 아이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두 사람은 소리 내어 웃는다.

 

   “어떡해. 진짜 귀엽다.”

   “우리도 저렇게 잘 지냈었는데 그치?”

   “그러게.”

 

   두 사람의 눈앞에 서로의 모습을 나타난다. 제시점에서 밖에 볼 수 없고 서로의 기억에서만 남은 탓에 제대로는 기억할 순 없지만 오늘과 같이 가만히만 있어도 그늘에 앉아만 있어도 더운 여름날. 매미 울음소리가 더위를 이길 수 없어 결국 어린 두 사람은 그늘에서 벗어나 내리쬐는 햇볕을 맞으며 뛰어간다. 점점 멀어지는 어릴 적 모습의 서로를 보던 짧은 회상을 끝내고 벤치에 앉아 열을 식히기로 한다.

   눅눅하고 무거운 바람이 불어오자 수겸의 앞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움직이다 그 순간 보인 흉터에 얼마 전 일이 떠올라 그는 다시 제 손을 주무른다.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에서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놀랐고 그와 같은 부원들도 그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그의 눈앞엔 다친 제 친구의 얼굴이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때 저를 보던 과거를 떠올렸다. 지금 가면 그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그 이유만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중 옆에서 가보라는 같은 학년 부원의 말에 그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사람들을 헤치며 관중석 밖으로 나간다. 다른 부원도 따라가려 했지만 선배 부원이 못마땅해하며 그 부원은 못 가게 막았다.

   관중석 밖으로 나오니 건물 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매미 우는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더웠고 더 시끄러웠지만 그에겐 아무것도 들리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손에 쥔 수건을 떨어뜨리지 않게 꽉 쥔 체 앞으로 달리면서 눈앞을 가리는 땀만 닦아낼 뿐이었다. 코트 안으로 들어가는 경기장 출입문 쪽으로 향하니 멀리서 후배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제 친구를 발견해 곧장 수건을 들어 다가간다. 친구보다 후배가 먼저 해남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를 저지하지만 그 손을 밀어내며 수건을 피가 나는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댄다. 많이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숨을 길게 내쉰 뒤 입을 연다. 친구의 반응이 어떻든 자신은 하고 싶은 행동을 한다.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수겸아 수건으로 누를 수 있지?”

 

   애써 침착하게 말하려 했지만 떨려오는 목소리에 수겸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저를 보는 얼굴이 너무나 바보 같아 보여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수건 대신 그의 머리카락을 헝클인다. 수겸의 행동에 놀라 표정을 풀자 눈물이 쏟아져 나와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수건을 수겸에게 쥐여주고는 제 양손을 깎지 끼며 안절부절못한다. 후배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고 조용히 있다가 행동이 끝나니 바로 의료실로 향한다. 저를 돌아보는 수겸에게 애써 웃으며 치료 잘 받으라며 말한 뒤 손을 흔들어 보인다. 퉁퉁 부은 눈으로.

 

 

 

   그런 행동을 흘깃 보던 수겸이 양손을 뒤쪽으로 뻗어 벤치의 끝을 감싸 쥔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행동을 하면서.

 

   “중학생 때까진 같이 다녔잖아. 고등학교생 때 갈라지면서 다신 못 볼 줄 알았지.”

   “너무해. 수겸이 너 나 안 볼 생각이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팀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선배들도 그랬고.”

   “…에이. 옛날 얘기 꺼내서 뭐 하겠어. 개인 훈련 다 끝났으면 시원한 거 먹으러 가자. ”

 

   그의 대답에 수겸은 마저 웃음을 뱉어내곤 주변에 있는 물건을 가방 안에 넣는다. 시선을 피하다 수겸의 행동에 신이 났는지 단숨에 풀린 감정에 단순하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의 짐까지 챙겨들어 어깨에 둘러맨다.

 

   “빙수 먹을까.”

   “아이스크림 사줄게.”

   “아싸! 빨리 가자!”

 

   제 등을 떠밀며 앞으로 가는 그의 행동에 그만두라며 팔을 뒤로 뻗어 그를 제 옆에 세운다.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려 휘청이더니 다행히 균형을 잡아 제대로 서고선 빨리 가자며 팔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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